자유 게시판
히사조오가 어린
시절에 니시무라 가(家)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친분이 있었던
잡화점 집의 자녀 후쿠시(福士) 세쯔씨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내게 보내왔다.
<니시무라씨의 부인께서는 상당히 겸손하시고 누구를 대하시던 정말로
친절하셨습니다. 바깥 분도 진보적인 분이셨습니다. 매우 활달하시고
무엇이든 모르시는게 없으셨죠. 매사에 열심이셨고 통이 크신 분이었습니다. 인근의 사람들은 집안에 아픈 사람이라도 생기면 병원에 가기 전에 먼저 니시무라씨 댁에 상의를 드리러 갔습니다. 그러면 부부 중 누군가라도 그 집에 가서 어떻게 아픈지 상세히 묻고 조언을 해주시기도 하고 병원을 소개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병이 다 나을 때까지 매일 환자를 보러 집으로 와 주시는 등 이런저런 보살핌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어려운
형편에 있던 집에는 병이 나을 때까지 매일 우유를 배달해 주셨습니다. 병자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많은
집에서 젖을 먹이는 부인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마음을 써 주셔서 댁으로 부르셔서 우유를 마시게 하셨습니다. 댁으로
불러서 우유를 마시게 하신 것은 우유를 배달해 줄 경우에 아이들 때문에 수유를 하는 모친은 우유를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봐 그러셨던
것이었겠죠. 이런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들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손이나 발을 다치거나 상처가 나면 부모들은 꼭 “니시무라씨 댁에 가 보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밥을 짓고 있거나
또는 세수를 하고 계실 때라도 부인께서는 언제나 친절한 얼굴과 목소리로 어린이들을 맞아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상처를 옥시풀로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셨습니다. 당시 옥시풀을 집에 구비하고 있었던 집은 없어서 부글부글
흰 거품이 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것이 좋아서 어린이들은 모두 상처라도 나면 부모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도 니시무라씨
댁에 달려가곤 했습니다.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니시무라씨 댁 부부는 부처님 같으신 분들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상점의 주인을 “아저씨”, 그 부인을 “아줌마” 등으로 부르는게 보통이었지만 우유점의 니시무라씨 부부에게만은 모두들 “어르신”이라던가 “부인”이라고 깍듯이 불렀습니다.>
어느 봄 밤에
있었던 일이다. 히사조오네 식구들이 자려고 하는데 가끔 그랬던 것처럼 인근에 사는 남자가 달려와서 자기 집의 아이가
배가 아파서 뒹굴고 있다고 했다. 노부오와 가쿠가 급히 그 집으로 달려간 후에 히사조오 형제들 넷만이
남아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의 히사조오, 3학년의 겐지(源治),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사다요시(真吉), 그리고 네살의 다카마쯔(高松)였다. 노부오는 고향인 시고쿠의 다카마쯔시의
이름을 따서 막내의 이름을 지었는데 그는 자고 있었고 세 형제만 담요 위에서 무릎을 안고서 앉아서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쩐지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아무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겐지(源治)가 무심코 혼자 말하듯 말했다.
“왜 다들 우리 집에 오는거지. 병원도 아닌데…”
히사조오는 놀라서
겐지(源治)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겐지(源治)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았다.
그리고 그는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히사조오는 학교에서 반장을 맡고 있기는
했지만 머리가 좋고 뛰어난 것은 겐지(源治)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 히사조오가 놀랐던 것은 겐지(源治)의 어조 중에
귀찮다는 느낌이 실려 있었던 것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히사조오는 누군가 부탁을 하였을
때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귀찮은 것 같은 얼굴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뒤에서 투덜거리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히사조오는 곤란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겐지(源治)의 말을
들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다요시(真吉)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배 아픈게 나았을까? 죽은 건 아니겠지 형아.”
사다요시(真吉)는 해쓱해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몸을 걱정하는 것과 같은 표정이었다.
히사조오는 그날 이후로 왠지 그날 밤의 일을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다요시(真吉)는 어머니 가쿠의 인정 많음을 그대로 물려받은
형제였다.
자기는 동생 사다요시(真吉)에게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 것이 소년 히사조오에게는 한 가지 더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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