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이 되었다.

히사조오는 매일 기분이 좋았다. 집안 일인 우유배달이나 병 씻기를 돕는 것 외에는 겐지나 마사요시, 그리고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 저기 공원이나 개울가 등으로 매일 놀러다녔다. 숙제가 있기는 했지만 방학이 끝날 때 쯤 해도 좋을 것이라고 히사조오는 생각했다. 숙제는 여름방학 수련장 한 권과 교육칙어(역주:우리의 옛 국민교육헌장과 같은 것)를 습자지에 열 번 붓글씨로 쓰는 것 뿐이었다.

히사조오는 왜 방학에 선생님들이 숙제를 내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여름방학 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따박따박 숙제를 매일 내줄 때마다 히사조오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공부라고 하는 것은 학교에서 하는 것이지 집에서도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생님들은 매일 입버릇처럼 열심히 공부해라. 열심히 놀아라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 공부하는 장소가 학교이고 학교를 파한 후에는 놀아도 좋다고 히사조오는 생각하고 있었다.

학생들이라고 해도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 되면 남자도 여자도 집에서 집안 일들을 많이 도왔다. 친척집에 무엇인가를 가져다 주러 갈 일도 있으며 집안 내외의 청소라든지 장작을 패는 것 등의 일들을 하기도 했다. 특히 히사조오의 집은 우유점이었다. 공부를 하고 있을 때라도 특별한 주문이 있으면 배달하러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다가 숙제까지 있으면 놀 시간이 정말 없다고 히시조오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예습 복습 등을 하지 않아도 반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히사조오가 공부를 잘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히사조오는 방학 첫날부터 숙제는 다 잊어버리고 하루하루 즐겁게 놀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덧 개학 전날밤이 되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숙제가 생각났지만 이미 늦었다. 히사조오는 하는 수 없이 먹을 갈아서 식탁 위에서 교육칙어를 한자한자 쓰기 시작했다. 한 자도 틀리지 않게 한 장을 쓰고 났더니 한 시간 반이 지났다. 히사조오는 그 한 장을 들고서

         “그래 이렇게 했으면 숙제를 전혀 안한 것은 아닌 거야…”

하고 안심하고 자러 들어갔다. 물론 방학 수련장에도 단 한 자도 쓰지를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히사조오는 곧 잠들어 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개학식을 한 후에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가서 숙제를 각자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학생들 사이를 돌면서 숙제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잘 지냈나? 혹시 숙제 잊어버리고 온 사람은 없겠지? 숙제 안해가지고 온 녀석은 저녁 때까지 학교에 남겨두겠어!”

여기서 히사조오는 처음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히사조오는 반장이었다. 반장인 자신이 숙제를 안해와서 저녁까지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장은 여러가지 면에서 모범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히사조오가 숙제를 안해왔다면 선생님께서 더 화를 내실 것이 틀림이 없었다.

히사조오는 수련장 위에 어젯밤 쓴 교육칙어 한 장을 하얀 습자지들과 함께 포개어 올려놓고서 선생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다. 숙제를 못한 변명 거리를 생각해 두려고 했지만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었다.

선생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숙제를 보면서 평가를 하셨다. “좋아!”라든가 뭐야, 이 글자는?”라든가 틀린 글자 투성이잖아!”라든가 하는 소리가 하나씩 하나씩 히사조오의 가슴을 찔렀다.

선생님께서는 마지막으로 히사조오네 줄로 다가오셨다. 히사조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반장이 한 장도 안써가지고 왔단말이야!”

금방 추상같은 질책의 소리가 머리 위에 떨어질 것 같았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 히사조오의 귀에 갑자기 폭발하는 것 같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히사조오는 눈을 번쩍 떴다.

가토오! 겨우 오 일분만 써왔단 말이야! 이녀석! 왜 숙제를 못해온거야!? ? 잊어버렸어? 다들 잊어버릴 수 있었지만 해왔잖아! 히사조오를 봐라. 매일 아침저녁으로 우유배달을 하면서도 다 해왔잖아. 넌 저녁까지 남아있어!”

 히사조오의 가슴 속이 아침 종처럼 울렸다. 선생님께서는 가토오의 머리를 가볍게 몇 차례 쥐어박으시고는 드디어 히사조오의 자리 가까이 오셨다. 히사조오는 그 자리를 피해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등줄기를 쭉 펴고 급우들의 뒷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히사조오 곁에 오셨다. 히사조오는 숨을 멈췄다.

          “, 좋아!”

선생님께서는 맨위에 올려놓은 칙어를 한 번 힐끔 보시고는 바로 발길을 돌렸다. 수련장은 들쳐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을 것이다. 히사조오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날은 2학기 첫날이라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것 외에는 수업이 없었다. 히사조오의 구령에 맞추어 학생들은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복도로 나갔다. 모두 왁자지껄한 소리들을 내며 나가는 가운데 가토오만 울면서 서 있었다.

히사조오는 교실을 나가려 해도 나갈 수 없었다. 자신은 교육칙어를 한 장만 써왔을 뿐이고 수련장은 한 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토오는 오 일분은 해왔던 것이다. 가토오가 남겨진 이상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면 안된다고 히사조오는 생각했다.

그것은 가토오에 대한 동정이 아니었다.  가토오는 가토오가 한 행위에 대한 벌을 받고 있었다. 자신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벌을 받고 있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은 이중으로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만약 순수하게 수련장을 교육칙어의 위에 올려두었다면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한 장이라도 들쳐 보셨을 것이다. 선생님을 속일 생각이 자신의 마음 속에 어딘가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교육칙어를 위에 둔 자신이 교활했다고 히사조오는 자기혐오를 느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직원실에 가서 선생님께 모든 것을 고백할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을 낙심시키는 것도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설혹 낙심시키더라도 솔직히 말하고 저녁까지 학교에 남아있는다면 자신의 죄는 용서를 받는 것이다. 사죄해야만 한다고 히시조오는 생각했다. 하지만 히사조오는 직원실 앞에까지 가서는 우물쭈물 서성거리기만 하다가 결국 직원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날 처음으로 히사조오는 자신이 수치스러운 인간이라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

이 일을 히사조오는 나중에 교사가 될 때까지도 잊지 않고 가끔씩 떠올렸다고 한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2주 후의 일이었다.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