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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폴의 강


                                    구상(具常)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黃金)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구상 시인의 연작 시집 그리스도 폴의 강에 수록된 시 중 하나입니다. 시인은 그리스도 폴의 일화에서 얻은 감회를 토대로 강을 소재로 한 연작시를 써나가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습니다.

그리스도 폴은 희랍식 이름 크리스토포루스(Christophorus)에서 온 것입니다. 그리스도 폴은 카톨릭 14 성인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 3세기 데키우스 황제(Decius 재위 AD249–251)  때의 사람으로 힘이 무척 장사이고 거구였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에 자신의 힘만 믿고 악행을 저지르며 향락에 빠져 살다가 어느 수행자를 만나서 감화를 받고 회심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 강가에 살면서 사람들을 어깨에 메고 건네주는 봉사와 수행 생활을 하면서 살게 되었답니다. 그의 마음 속에서는 언젠가 그리스도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답니다.

어느날 밤 조그마한 어린이가 나타나서 강을 건네달라고 청하였다고 합니다. 아이를 가볍게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는데 물 속에 깊이 들어갈수록 어린이의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져서 그는 더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되었답니다.

너는 도대체 누구인데 이렇게 무겁냐?”고 소리치자 그 아이는 나는 네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그리스도다. 너는 이 세상 전체보다도 더 무거운 그리스도를 메고 있는 것이다. 네가 나를 업고 가는 인생은 이처럼 고되고 힘들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답니다. 그리고는 물을 적셔서 그에게 세례를 베풀었답니다.

그로부터 그의 이름은 그리스도를 멘 자란 뜻으로 크리스토포루스(Christophorus)”가 되었답니다. Phorus지탱하다는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크리스토퍼(Christopher)라고 하지요. 그는 그리스도를 만난 후 변화된 삶을 살다가 후에는 로마의 박해로 순교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유명한 성자로서 그에 대해 그린 성화도 많고 동상도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을 강을 건네 줄 때 늘 지팡이를 지니고 있었는지 이 분을 그린 성화나 동상에는 대개 지팡이를 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깊이 체험할수록 우리 어깨에 그분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무게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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